살가도의 사진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존재적 가치를 당당하고 근엄하게 보여준다.김수미 아트뷰 편집장.20년이란 세월은 묘한 기운을 갖는다. 세월의 감은 짧지도 길지도 않고, 세월의 힘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넘치지 않고 충분히 채워졌으니 20년 뒤에는 적당한 쉼표가 하나쯤 필요할 듯도 하다. 그래서 대개 예술가들에게 20년이란 세월은 그 어떤 시점보다 특별한 의미가 되는 모양이다. 올 봄에 있었던 두 사진작가의 희비극 소식도 20년 세월이 새겨 넣은 쉼표들이었다.
20년간 소나무 사진만 찍었던 배병우는 세계적인 미술 애호가 엘튼 존이 1만5000파운드란 거금을 주고 소나무 사진 한 장을 사가면서 주가를 세 배 이상 올려줬다. 이에 비해 20년간 제주도 오름(기생 화산)만 찍은 작가로 유명했던 김영갑은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을 앓다가 쓸쓸하게 숨을 거두었다. 20년이란 세월이 한 사람에게는 환희의 비상을 의미하는 쉼표였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모든 여정을 마치는 완전한 쉼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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